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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케팅이란 무엇이라고 생각합니까? 라는 면접 질문

by 이니셜 에이 2017. 6.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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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전, 대졸 신입 사원 면접이 있어서, 면접관으로 참여했었다. 대졸 취업이 어렵다는 현실을 반영하듯, 서류전형을 거쳐서 최종 면접까지 올라온 후보들의 학벌과 스펙은 그야말로 화려했다. 서울의 최상위권 대학 또는 해외 명문대학 졸업생들이었고, 학벌 뿐만 아니라 개개인마다 취업 전쟁을 위해 준비한 경험들을 갖추고 있었다.


총 면접 시간은 30분. 후보자 두 명이 함께 면접을 보는 방식으로 진행 되었다. 30분을 두명으로 나누면 한명당 15분의 시간이 주어질테고,  면접관의 질문 시간을 빼면 본인이 답변할 수 있는 시간은 10분 남짓. 그 판단으로 한명을 선택해야 했다. 같은 직장 동료가 될 사람을 몇마디 답변을 듣고 판단하고 선택한다는 것이 애초에 모순을 내포한 절차가 아닌지..하는 생각을 하면서 면접실로 들어섰다.


마케팅팀 직원을 한명 뽑는 자리에 최종 면접으로 오른 두명의 후보생. 한명은 남자, 한명은 여자. 선택에서 성별은 중요하지 않았다. 후보자가 보여준 열정과 의지도 선택을 하는데 별로 중요치 않았다. 이미 두명 모두 의지가 불타오르고 있었기 때문이다. 학교, 성적, 영어실력 모든 것이 이미 최소한의 기준선은 넘어섰기 때문에 이런것들도 변별력이 떨어졌다. 이미 이자리에 오르기까지 써버린 카드일뿐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짧은 질문과 답변, 답변에는 정답도 오답도 없었다. "마케팅이란 무엇이라고 생각합니까?", "B2B와 B2C 마케팅의 차이점이 무엇입니까?" 라고 물어보았다. 정답을 생각하고 던지는 질문이 아니었지만, 후보자들의 관점과 논리를 확인해 보고 싶은 이유에서였다. 짧은 면접 시간안에 내가 어떤 사람이라는 것을 보여주어야 한다는 것과, 왜 저 사람이 아닌 내가 선택을 받아야 하는지 타당한 이유를 홀로 풀어나가야만 하였고,  옆에는 친구도 부모님도 선생님도 함께 해 줄 수 없는 그런 순간이었다. 


결국 한 친구들 선발하였는데, 그 이유는 지금 생각해 보면 그 친구의 일관성있는 답변 내용과 더불어 마케팅을 꼭 하고 싶다는 간절함과 진정성이 더 와 닿았기 떄문이 아닌가 싶다. 상대 후보가 너무 긴장해서 목소리가 계속 조금씩 떨렸다는 점도 고려가 되었지만.


그렇게  우리 마케팅팀에 입사한 새내기 친구가 어제 문득 나에게 드릴 말씀이 있다고 오더니, 안 주머니에서 사직서를 꺼내서 퇴사하겠다고 한다. 정말 자기가 원하던 회사에 중복 지원을 했었는데 방금 합격 통보를 받았다고 한다. 이번 기회가 아니면 너무 후회를 할 것 같다면서. 보내주지 않아야 할 이유를 굳이 찾을 필요도 없었다. 그렇게 준비하고 올 정도면 잡는다고 잡힐 상황이 아니라는 것을 경험상 잘 알고 있었다.


문득, 그 목소리가 가늘게 떨리던, 탈락 시켜야 했던 후보자의 얼굴이 떠올랐다. 과연 나라면 똑같은 압박 면접 상황에서 어떻게 대처했을까? 만약 그때 이 친구를 합격 시켰더라면 어땠을까? 그리고 새로운 회사로 옮긴다는 그 친구는 이직에 대한 고민을 더 이상 하지 않을까? 여러가지 생각이 머리를 맴돌다 머문 하나의 질문 - '나는 면접에서 무엇을 본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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