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이달리오 변화하는 세계질서

나 같은 주린이는 확고한 원칙과 철학을 갖고 투자하기란 어렵다. 그렇기 때문에, 자칭 전문가라는 사람들의 의견을 유튜브와 미디어를 통해서 적극적으로 귀 기울였고, 또 투자 결정에 어느 정도 반영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런 미디어에 자주 등장하는 전문가들도 "자기가 속한 조직의 이익을 추구할 수밖에 없는" 한계를 지닌 사람들이라서, 어디까지가 나를 위한 조언인지 구분하기 어려울 때가 많았다.

 

 

투자 원칙이란 것은 시도와 실패, 성공의 사이클을 거치면서 다듬어지고 만들어지는 것인데, 아직 짧은 투자기간으로 말미암아 이런 사이클을 여러 번 겪지 못했기 때문에, 설령 이론적으론 내가 잘 안다고 착각하고 있을 가능성도 상당히 높을 수 있다고 본다. 투자에 대한 유명한 책들을 많이 읽고 매일 삼프로 유튜브를 들어서 많이 아는 것과 높은 투자수익률의 상관관계는 지극히 낮을 것이다.

 

어떤 조언가는 기업에 집중하라고 하며, 또 어떤 조언가는 기업이 아니라 시장에 집중해야 한다고 한다. 예로, 훌륭한 개별 기업에 투자를 하는 것과 시장 지수 ETF에 투자하는 것은 분명히 다른 투자 철학일 것이다. 또, 어떤 전문가는 차트 분석을 해보니 앞으론 주가가 이렇게 될 것이라고 하고, 또 어떤 전문가는 차트 분석가는 믿을 수 없다고 한다. 왜냐하면 그 누구도 내일 주식이 오를지 내릴지는 알 수 없기 때문이고, 오직 주가는 기업 실적과 관련된 함수이기 때문이라고 한다. 하지만, 사상 최대의 실적을 낸 기업의 주가가 떨어지는 것을 이 전문가는 또 어떻게 설명할지 궁금하다.

 

개별 기업 혹은 시장에 투자하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을 최근에 느끼고 있었는데, 왜냐하면 어느 시점엔 약속이라도 한 듯 대부분의 기업의 주가가 하락하다가, 어느 시점에선 또 대부분의 기업 주가가 오르는 모습을 목격하였기 때문이다.

 

요즘에 들어서 왜 투자에 있어서 "시점"이 중요한지 고민하게 되었다. 팬데믹 이후에 막대한 돈이 프린트되고 금리가 한없이 낮을 땐, 누구나 주식 시장에서 돈을 벌 수 있었다. 어떤 기업에 투자하던, 어떤 지수에 투자하던 큰 문제가 되지 않았다. 단지 수익률의 높고 낮음의 차이는 있었겠지만, 대체로 돈을 벌 수 있는 시기였다. 하지만, 인플레이션 위기가 떠오르고 금리가 인상되기 시작하면서, 지금은 누구도 주식 시장에서 돈을 벌기가 어려워졌다. 위대한 기업이건 유망한 기업이건 가리지 않고 주가는 한없이 떨어졌다.

 

그렇다고 해서 투자자의 관점에서 훌륭한 기업을 가려내는 노력을 할 필요가 없다는 뜻은 아니다. 하지만, 이번의 작은 사이클을 거치면서 하나의 원칙으로 삼고 싶은 것은, "때"가 중요하다는 것이다. 지금은 투자자에게 어떤 '때"인가? 이런 질문에 답을 구하는 측면에서, 레이달리오의 변화하는 세계 질서 (The Changing World Order, Ray Dalio)는 "때"에 대한 깊은 통찰력을 제공하고 있다. 

 

"장기 부채 및 자본시장의 사이클 : 어떤 세대로 지금 우리가 보는 낮은 금리, 심지어 마이너스 금리를 경험하지 못했다. 통화의 수요와 공급이라는 측면에서 보면 현금과 부채자산의 가치는 많은 의심을 불러일으킨다. 2021년에 16조 달러 이상의 부채가 마이너스 금리로 유통되었고 적자 재정을 충당하기 위해 엄청난 양의 신규 채권이 발행되었다" 

 

"내부 질서와 혼란의 사이클 : 빈부격차, 자산 가치 차이, 정치적 양극화는 그 어느 때보다 더 심해졌다. 빈부 격차와 자산 가치 격차가 커진 상황에서 불황이 오면 남은 파이를 분배하는 과정에서 엄청난 갈등이 유발된다."

 

"외부 질서와 혼란의 사이클 : 내 생애 처음으로 미국이 진정한 경쟁국과 대적하고 있다. 중극은 거의 모든 분야에서 미국의 경쟁국으로 부상했으며 빠른 속도로 강대국의 면모를 갖추고 있다."

 

자산의 배분, 투자 기업의 선택보다 중요한 것이 있다면, 지금이 경기 사이클 중 어디에 와 있는가를 이해하는 것이며, 앞으로 일어날 수 있는 일들의 가능성이 지금의 투자 결정에 어떤 영향을 줄 것인지를 판단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점을 알게 된 것이 이 책에서 얻는 소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