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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찰을 위한 문화 이야기

[북리뷰] 숨결이 바람이 될때 - 죽음을 맞이하는 성숙함 [★★★★★]

by 이니셜 에이 2020. 3.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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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결이 바람이 될때

 

서른여섯, 전문의를 앞둔 신경외과 레지던트 마지막 해. 하루 열네 시간씩 이어지는 혹독한 수련 생활 끝에 원하는 삶이 손에 잡힐 것 같던 바로 그때 맞닥뜨린 폐암 4기 판정. 『숨결이 바람 될 때』는 신경외과 의사로서 치명적인 뇌 손상 환자들을 치료하며 죽음과 싸우던 저자가 자신도 폐암 말기 판정을 받고 죽음을 마주하게 된 마지막 2년의 기록을 담은 책이다.

 

죽음이 실감나지 않는것은 단지 너무 멀리 있기 때문인것뿐

2014년 1월 《뉴욕타임스》에 기고한 칼럼 ‘시간은 얼마나 남았는가’는 엄청난 반향을 일으켰는데, 여기서 그는 죽음을 선고받았지만 정확히 언제 죽을지는 모르는 불치병 환자의 딜레마를 절실히 표현했다. 죽음을 향해 육체가 무너져 가는 순간에도 미래를 빼앗기지 않을 확실한 희망을 잃지 않았던 그는 이 책에 죽어가는 대신 살아가는 것을 선택한 고뇌와 결단, 삶과 죽음, 의미에 대한 성찰, 숨이 다한 후에도 지속되는 사랑과 가치를 독자들에게 전한다.

 

시한부 인생을 앞두고 마주한 사랑스러운 딸

"폴은 의사이자 환자로서 죽음과 대면했고, 또 그것을 분석하고, 그것과 씨름하며, 그것을 받아들였다. 그는 사람들이 죽음을 이해하고 언젠가는 죽을 수밖에 없는 운명을 정면으로 마주칠 수 있게 돕고 싶어 했다. 삼십 대에 죽는 것은 드문 일이지만 죽음 그 자체는 드문 일이 아니다."

 

의사였기 때문에 암에 걸린 자신에게 일어날 안좋은 예후에 대해서 잘 알고 있었을 것이다. 폴은 용감하게 그 사실을 받아들였고, 얼마 남지 않은 삶을 어떻게 가치 있게 보내야 하는지에 대해서 성숙하고 훌륭한 자세를 보여주었다. 아빠의 인생 마지막 8개월, 동시에 딸의 첫 인생 8개월 동안 같이 한 순간은 너무 짧다. 아마 아빠의 모습을 기억하지 못하겠지만, 수많은 독자들은 이 사랑스러운 사진 한 장만으로 많은 감동을 받을 것 같다.

 

숨결이 바람이 될때

"모든 사람이 유한성에 굴복한다. 이런 과거 완료 상태에 도달한 건 나뿐만이 아니리라. 대부분의 야망은 성취되거나, 그렇지 않았으면 그저 버려졌다. 어느 쪽이던 그 야망은 과거의 것이다. 미래는 이제 인생의 목표를 향해 놓인 사다리가 아니라 끊임없이 지속되는 현재가 되어버렸다. 돈, 지위, 그의 모든 허영이 시시해 보인다. 바람을 좇는 것과 같으니 말이다."

 

부정하고 싶지만 우리 인간은 시간 앞에서 누구나 유한하다. 동시에 마치 무한한 시간을 가진 듯 미래를 계획하고 꿈을 꾼다. 꿈이 없는 인간은 이미 살아있는 것이 아니라고  누군가는 말하겠지만, 그 꿈이 더 이상 실현되기 어려움을 시간의 유한성 앞에서 깨닫게 될 때, 폴이 느낀 이런 감정을 누구나 느낄 것이다. 마치 바람을 좇는 것과 같은 느낌을 말이다..

의사에서 환자로 바뀐 자신의 입장을 담담히 받아들인다.

"나는 문득 내가 슬픔의 5단계를 이미 다 겪었지만 역순으로 거슬러 올라갔다는 생각이 들었다. (부정 - 분노 - 협상 - 우울 - 수용) 암 진단을 받았을 때, 나는 죽음을 맞이할 각오가 되어 있었다. 불만도 없었다. 현실을 받아들였다. 그런데 그렇게 빨리 죽지 않을 수도 있다는 사실이 분명해지자 우울해졌다."

 

너무 빨리 죽음을 받아들였던 것일까? 슬픔의 5단계를 하나하나 거치지 않고 바로 "수용"의 단계를 받아들였다는 것. 그것은 마치 정답을 알고 있는 수학 문제를 풀 때, 귀찮고 성가신 풀이 과정을 생략해 버리는 심리과 같은 것일까? 우리는 누구나 슬픔을 겪는다. 그리고 슬픔을 빠져나오는 방법을  누구한테 배운 것은 아니지만 대체로 이런 다섯 단계를 밟는다. 이 방정식이 꼬여버렸을 때 우리는 더 큰 우울과 슬픔을 겪을 수 있다.

 

 

가족은 특별하다. 마지막까지 포기할 수 없는 가치. 삶의 존재 이유를 설명해 주는 것은 바로 가족과 사랑을 나누는 것이라는 평범하지만 비범한 진리를 이 책을 통한 배움으로 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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