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대떡 신사"라는 노래가 있다.
"돈 없으면 대폿집에서 빈대떡이나 부쳐먹지
한 푼 없는 건달이 요릿집이 무어냐 기생집이 무어냐"
비 오는 날에 간혹 빈대떡 생각이 날 때 흥얼거리는 이 노래가 세상에 언제 나왔을까 궁금해서 찾아보았다. 찾다가 이렇게 오래된 노래인가 하고 사뭇 놀랐다. 발표된 때가 무려 1943년. 이 노래를 불렀던 한복남이란 가수분은 1919년에 태어나셨다고 하니, 벌써 100년 전에 태어나신 분이 불렀던 노래다. 그런데도 이 노래의 가사와 멜로디는 이상하게 중독성이 있다.
자기 분수에 맞지 않게 욕심을 내면 핀잔을 들어도 마땅하다는 것이 이 노래 가사의 내용이지만, 살다 보면 누구나 욕심을 부리게 된다. 핀잔을 듣는 정도가 아니라, 아예 매를 맞는 지경에 까지 이른다.
"양복 입은 신사가 요릿집 문 앞에서 매를 맞는데 왜 맞을까 왜 맞을까
원인은 한 가지 돈이 없어"
신사가 매를 맞는 대목에선 웃프다. 남들의 눈을 의식해서 멋지게 양복을 차려입었지만 이 신사는 정작 돈이 없다. 돈이 없는데 분수에 맞지 않게 욕심을 부렸고 결국은 매를 맞고 쫒겨난다는거다. 노래를 들을 땐 처지가 딱하다고 느끼기보단 맞아도 싸다고 생각했다. 매를 맞는 장면을 희화화했기 때문이다.
"와하하하 우습다 이히히히 우스워
애해해해 우습다 왜 해해해 우스워"
'그래, 돈 없으면 매를 맞는 게 당연하지. 우습지. 신사의 체면이고 뭐고 그냥 돈이 없으니까. 양복을 차려입었길래 돈이 많은 줄 알았잖아. 집에 가서 빈대떡이나 부쳐먹는게 니 분수에 맞는 거지. 쌤통이구나. 맞아도 싸다. 하하하 웃기네 그놈 참..'
나보다 조건이 못한 사람과 나를 비교해서, 상대적으로 우월감을 갖거나 행복감을 느끼는 것을 하향비교라고 한다. 빈대떡 신사는 우리에게 하향비교의 대상이 되어준다. 그리고 잠시나마 웃음을 준다. 나보다 잘난줄 알았던 사람이 오히려 나보다 훨씬 못하다는 것을 알았을때 느끼는 우쭐함이라고 해야되나. 그런 감정이 인간 내면에 있다는 것을 부인하긴 힘들다. 오히려 돈이 없으면 세상이 막 대해도 된다는, 조롱을 받고 웃음거리가 될 수 있다는 그 사실이 70년 전이나 지금이나 별반 다를게 없다는 사실이 마음 한 구석을 무겁게 누르기에, 크게 웃을수 만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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