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회사를 옮기고 싶은가요?

무엇 때문에 지금 회사를 떠나고 싶은가요?

입사 합격 통보를 받았을 때의 기쁨과 희열의 약효는 시간이 지나감에 따라 서서히 줄어든다. 입사 전에는 그토록 소원하던 합격 소식이지만, 막상 손에 합격을 쥐어들고 보면 이것이 당연한 내 것처럼 생각되는 데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는다.

회사에 입사해서 사람들을 알아가고 업무에 적응을 해 가고, 그렇게 그 회사 문화에 젖어들 때쯤 되면 또 다른 생각이 마음속에서 고개를 들기 시작한다. "지금 이 회사가 나에게 최선인가?" 시작은 작은 질문에서 비롯되지만, 그 작은 질문은 점점 커져간다. 

 

종종 "여기는 나에게 최선이 아니야"로 변해가면서, 다른 회사로 이직하고 싶은 생각을 하게 된다. 그런 생각을 하게 되면, 이곳에서 하고 있는 일들이 내 인생에서 별 의미가 없다고 느껴진다. 그리고, 이직만이 유일한 솔루션이라고 생각하게 된다.

이직을 통해서 더 나은 커리어로 점프업 하는 경우도 많다. 하지만, 회사를 옮기고 싶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할 때, 스스로 만들어 놓은 확증 편향에 빠지지 말아야 한다. 즉, 회사를 옮기는 것 자체를 목적으로 정해놓고, 그 목적이 이유를 만들도록은 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다.

사람과의 관계, 특히 상사가 불편해서 회사를 옮기려고 하나요?

회사에서 상사에게 부여한 권한은 (보이지 않지만) 생각한 것보다 여러 영역에서 발휘된다. 그래서 상사와의 관계가 틀어지면 회사 생활의 여러 영역이 틀어진다. 최근, 많은 회사들이 수평적인 조직 문화로 탈바꿈한다고 하지만, 상사의 역할은 기본적으로 상하관계를 전제로 한 직원 관리 영역을 담당한다. 예를 들면, 성과 평가, 진급 결정, 업무 배정, 비용 관리 등등... 관리를 받는 입장에서는 불편하고 부당하다고 느끼는 것이 당연할 정도인데, 이는 힘의 불균형을 전제로 한 인간관계이기 때문에 그렇다.   

 

상사 때문에 회사를 옮긴다고 한다면 결정을 하기 전에 한 번쯤 생각해봐야 할 것이 있다. 새로운 회사로 옮기면 그 문제가 깨끗이 해결될지, 아니면 여전히 나를 따라다니며 괴롭힐지를 생각해 보는 것이다. 나를 불편하게 하는 상사와의 문제가 있다면 그것들이 조직에서 부여한 상사의 (공식적인) 권한과 힘에 의해서 생겨난 문제인지, 아니면 상사의 개인적인 문제 때문인 것인지를 나눠 보는 것이다. 

 

문제를 명확하게 한두 가지로 추리는 것이 어려울수도 있다. 조직적인 문제와 개인적인 문제가 복합적으로 얽혀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내가 조직 생활을  못 견뎌하는 것인지, 그 사람을 못 견뎌하는 것인지 헷갈리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차분히 문제를 구분해보는 것이 필요한 이유는 분명하다. 이직이라는 것은 개인적으로 상당한 리스트를 안고 떠나는 것이기 때문에, 거기에는 리스크에 상응하는 리턴이 있어야 한다. 상사와의 갈등이 이직의 가장 큰 이유였다라고 하면, 그 문제를 새로운 회사에서도 계속 안고 갈 수는 없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