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 국가의 국력은 한 나라가 보유한 군함의 수가 아니라 세계에 내세울 만한 기업이 몇 개 있느냐로 가늠해야 한다.”
현대 국가와 기업의 관계를 말할 때 많이 인용되는 문장이다. 국력을 판단하는 지표는 국내총생산(GDP), 군사력, 시민의식, 인적 자원 등 다양한 기준이 있지만 글로벌 기업의 숫자가 중요한 시대란 얘기다. 세계 100대 경제주체 절반 이상이 기업이라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세계적인 기업들은 어떤 위치에 있을까. 기업의 시가총액과 주요국의 GDP를 비교해봤다.
‘사과왕국’, 브라질 제치고 8위
세계에서 가장 비싼 기업인 애플의 주가는 지난 14일 주당 459.63달러에 마감됐다. 시총은 1조9652억달러. 한때 2조달러를 넘기도 했다. 애플은 이달 초 사우디아라비아 국영 석유기업 아람코를 제치고 세계 시총 1위 자리에 올랐다.
애플이 국가였다면 이 ‘사과왕국’은 브라질(1조8400억달러·2019년 명목 GDP 기준)을 넘어 세계 8위 국가가 되는 수준이다. 브라질보다 GDP가 적은 나라 명단을 보면 그 위상을 알 수 있다. 캐나다(1조7364억달러) 러시아(1조7000억달러) 한국(1조6424억달러) 스페인(1조3941억달러) 등이 그 뒤를 잇는다. 2조달러를 돌파하면 주요 7개국(G7)의 하나인 이탈리아(2조12억달러)와 어깨를 나란히 한다.
2000년 애플의 시총은 156억달러였다. 발칸반도의 알바니아(153억달러) 수준에 불과했다. 2018년 8월 시총 1조달러를 돌파하며 아세안(동남아국가연합) 최대 경제대국인 인도네시아(1조1200억달러)만큼 커지더니 작년 말에는 1조5600억달러로 한국(1조6424억달러) 수준까지 올라왔다. 코로나19 사태를 거치며 연초 대비 주가가 56.52% 오른 애플은 약 8개월 만에 시총이 5000억달러가량 늘었다.
‘꿈의 주식’이라 불리는 테슬라는 중남미 중견 국가 수준
올초 시총은 1026억달러로 푸에르토리코(1049억달러)와 비슷했지만 현재는 콜롬비아와 이집트의 GDP와 맞먹는 3076억달러다. ○미국 5대 IT기업 시총, 일본보다 커미국 5대 정보기술(IT)기업인 애플, 마이크로소프트, 아마존, 알파벳, 페이스북은 미국의 상징이기도 하다. 전 세계인이 아이폰을 들고, 엑셀을 쓰고, 아마존에서 쇼핑한다. 구글과 유튜브, 페이스북도 세계인이 쓰는 플랫폼이다. 미국의 상징인 5개 기업의 시총을 합치면 6조8948억달러다. 일본(5조917억달러)을 가뿐히 넘어선다. 영국 GDP(2조8271억달러)의 두 배 이상이다.
각 기업의 시총을 국가별 GDP로 보고 순위를 매기면 상위 20개국에 든다. 마이크로소프트(1조5842억달러)와 아마존(1조5768억달러)은 한국(1조6423억달러)에 살짝 못 미치는 13위, 알파벳(1조244억달러)은 네덜란드(9091억달러)를 앞지른 17위, 페이스북(7442억달러)은 스위스(7030억달러)보다 큰 20위다. GDP 기준으로 G20 회원 명단을 작성하면 참가국의 20%가 IT기업이다.
주요국 1위 기업의 시총은 웬만한 국가 GDP 수준
시총 기준 글로벌 반도체 1위 기업인 대만의 TSMC는 3764억달러로 싱가포르(3720억달러)를 앞선다. 일본 1위 도요타(2196억달러)와 프랑스 1위 기업 LVMH(2298억달러)는 그리스(2098억달러)를 제친 지 오래다. 중국 시총 1위 기업 구이저우마오타이주(3008억달러)도 칠레(2823억달러)를 앞질렀고 영국 1위 기업 아스트라제네카(1441억달러)는 우크라이나(1538억달러)와, 독일 1위 기업 SAP(1969억달러)는 뉴질랜드(2069억달러)와 규모가 비슷하다. 국내 시총 1위 삼성전자(3262억달러)는 덴마크(3480억달러) GDP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순위로 따지면 세계 38위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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