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 삼국지 : 애플, 인텔, 삼성전자 최후의 승자는

애플이 다시 PC 시장을 노리고 있다

 

M1칩을 들고 나온 애플은, PC 산업을 다시 지배하고 싶은 것일까요? 여기엔 잘 알려지지 않은 애플, 인텔, 삼성전자, 그리고 마이크로소프트와 TSMC 간의 복잡하고도 냉정했던 역사가 깔려 있습니다.

 

인텔은 PC 시장을 지키기 위한 전략을 물론 갖고 있을 것입니다. 안타깝게도 인텔은 애플에 의해서 희생될 가능성이 높아 보입니다. 인텔의 든든한 오른팔이었던 마이크로소프트는 최근 PC 시장보다는 클라우드 시장에 올인하느라 인텔을 도와줄 여유가 없어 보입니다.

 

Microsoft의 Bill Gates 및 Intel의 Andy Grove, 윈텔 동맹의 시작

 

애플이 자신들의 하드웨어에 최적화된 실리콘을 설계한다는 것, 이것은 우리의 생각 이상으로 거대한 플랜임을 눈치채야 합니다.  ARM이 차츰 인텔 x86 시장을 잠식하고 있다는 것은, 결국 애플이 서버 하드웨어 시장에도 진출할 수 있음을 시사합니다.

 

수십 년 동안 컴퓨터 산업은 마이크로소프트와 인텔 연합 (윈텔 연합)에 의해 지배되어 왔습니다. 이 강력한 파트너십은 1980 년대에 마이크로소프트가 인텔 하드웨어를 실행하는 IBM 컴퓨터용 소프트웨어를 최적화하는 사업을 맡으면서 처음 등장했습니다. 결론적으로 많은 컴퓨터 제조회사들은 마이크로소프트와 인텔의 판매업자 수준으로 전락했습니다. 거대한 개인용 컴퓨터 시장에서 만들어지는 수익의 대부분을 이 두 회사가 빨아들였습니다. 앞으로도 윈텔 진영은 굳건할까요?

 

 

 

 

x86 연합의 탄생

 

인텔은 컴퓨터 구동을 위한 기본적 동작 원리에 대한 특허를 갖고 있습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인텔의 특허 지침에 따라 실행되도록 윈도우 프로그램을 설계했습니다. x86의 효과는 막강했습니다. 우선, x86이 아닌 자체 하드웨어를 개발하는 경쟁 업체는 윈도우를 사용할 수 없었습니다. 윈도우가 사실상 컴퓨터 운영체제의 표준이 되면서 "윈텔"의 지배력은 눈덩이처럼 불어났습니다.

 

이렇게 번 돈으로 인텔은 R&D에 전력투자했습니다. 소위 무어의 법칙은 이렇게 탄생을 했습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윈도우용 소프트웨어가 x86과 호환되도록 집중했습니다. 

 

선순환이 계속되었습니다. 두 기업은 이렇게 시장을 장악해 나갔으며, 컴퓨터 하드웨어가 사실상 표준화되면서, 여러 업체들이 PC 제조업에 뛰어들었습니다. 업체들의 출혈경쟁 덕분에 개인용 PC의 가격은 크게 낮아지게 되었습니다. 때마침 PC의 대중화 시대가 열리면서 두 기업은 막대한 수익을 거두게 되었습니다. 덕분에 빌 게이츠는 지구 상에서 가장 부자가 되었습니다.

 

 

인텔과 윈도우를 중심으로 형성된 WINTEL 진영

 

애플도 이 시장을 지켜만 볼순 없었습니다. 결국 2005년, x86과 Intel 하드웨어를 채택한 제품을 내놓았습니다. 하지만, 이미 윈텔 진영이 장악한 PC 시장에서, 애플의 독자적인 운영체제와 부족한 소프트웨어의 한계로 하이엔드 그래픽 시장을 제외하면 큰 성공을 거두진 못했습니다. 

 

하지만, ARM을 사용한 애플 아이폰의 대대적인 성공은 애플 운영체제에 대한 대중화를 이끌었고, 덕분에 아이패드와 맥북으로 이어진 애플의 독자적인 생태계도 점점 힘을 받을 수 있게 되었습니다.

 

모바일 컴퓨팅 혁명

 

애플이 x86을 채택한 지 얼마 되지 않아서 애플 CEO인 스티브 잡스는 인텔에 연락을 합니다. 스티브 잡스는 아이폰에 들어가는 프로세서에 대한 파트너십을 인텔에 제안했습니다. 당시 인텔 CEO인 폴 오텔리니는 애플과의 거래에서 별 이익이 없을 것으로 생각하여 스티브 잡스의 제안을 거절했다고 합니다. (비극의 역사의 시작이었을까요..?)

 

인텔로부터 거절당한 애플은 또 다른 파트너인 삼성전자를 선택했습니다. 이미 삼성은 애플의 아이팟에 들어가는 NAND Fresh momory를 안정적으로 공급하고 있었습니다. 양사의 파트너십으로 결국 아이폰의 프로세서는 삼성과 애플의  공동 노력 덕분에,삼성의 칩이 아이폰에 들어가게 됩니다.

 

 

스트브잡스와 이건희 회장, 한때 가까웠던 시절

 

그러나, 삼성은 애플과의 파트너십을 져버리고 아이폰 개발에서 얻은 기술을 활용해 삼성 갤럭시를 시장에 출시합니다. 이에 분노한 애플은 혹독한 법적 소송으로 대응했습니다. 그리고 애플은 삼성의 손을 놓고, SoC 생산을 위해 대만 업체인 TSMC와 손을 잡습니다.

 

법정소송으로 치달은 갤럭시와 아이폰

 

어쨌든 애플과 삼성전자, 두 회사 모두 모바일 시장에서 승리자가 되었습니다. 삼성은 스마트폰 판매량 측면에서 애플을 추월해버렸습니다. 한편, 애플은 높은 마진으로 프리미엄 시장을 장악해 버리며, 전 세게에서 가장 높은 기업 가치를 가진 회사가 되었습니다.

 

여기서 잠깐 돌아봐야 할 대목이 있습니다. 인텔이 데스크톱과 노트북에서 성공한 방식으로, 스마트폰 시장을 이끌어나갈 순 없었을까요? 표준이 없었던 스마트폰 시장의 초기 단계에서, ARM이 표준의 위치를 차지하는 것은 비교적 수월할 수 있었습니다. 차츰 스마트폰 시장이 성숙해지면서, 운영체제는 애플과 안드로이드 양강 구도로 굳어졌지만, 프로세서 시장에서는 과거에 x86이 그랬던 것처럼  ARM이 표준의 위치를 확보하게 되었습니다.

 

한 가지 흥미로운 점은, 애플이 삼성의 배신으로 인해서 TSMC를 파트너로 선택했을 때, 삼성은 "타이젠"이라는 x86 기반의 모바일 OS를 준비하면서 다시 인텔과 손을 잡았다는 것입니다. 타이젠은 스마트폰 시장에서는 성공하지 못했지만, 삼성의 TV에 사용되면서 명맥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정리를 하자면, 애플 아이폰의 성공과 맞물리면서 ARM 진영이 x86에 대항력을 갖출 만큼 충분히 힘을 갖게 되었고, 여기에 TSMC가 힘을 보태고 있는 형국이 만들어진 것입니다. 

 

"무어의 법칙" 그 이상을 보여준 TSMC

 

대만의 TSMC는 전 텍사스 인스트루먼트의 제조 책임자였던 Morris Chang이 설립했습니다. Morris Chang은 Texas Instruments에서 남는 생산 능력을 임대하는 방식의 아웃소싱 파운드리 사업 아이디어를 구상했다고 합니다. 당시엔 상당히 새롭고 급진적인 아이디어였다고 합니다. 지금은 두 회사가 비교도 되지 않을 만큼 TSMC가 커져버렸습니다.

 

TSMC는 칩 설계는 하지 않고 생산만 전문적으로 수행하는 파운드리 업체입니다. 설계와 생산의 분업 덕분에 Qualcomm 및 Xilinx와 같은 새로운 "Fabless"기업들은 새로운 칩 설계에만 집중할 수 있었습니다. 애플도 아이폰 칩은 자체 설계하고 생산을 TSMC에 맡겼습니다. TSMC는 최대 고객인 애플과 매우 긴밀한 파트너십을 맺었습니다. 마치 예전에 마이크로소프트와 인텔이 그랬던 것처럼 말입니다.

 

모바일 컴퓨팅의 부상과 함께 "애플 실리콘"은 반도체 산업의 태풍의 눈이 되었습니다. 애플과의 파트너십을 통한 수익을 통해서 TSMC는 인텔의 제조 기술을 따라잡았고, 인텔은 오히려 최신 생산 공정에서 TSMC를 따라잡기 위해서 고군분투했습니다.

 

이것은 업계에 큰 변화를 불러왔습니다. 한때 업계의 독보적 거인 인텔을 우러러봐야만 했던 Nvidia와 같은 소규모 경쟁 업체들은 이제 TSMC의 제조 기술과 ARM을 활용하여 힘을 점점 키워 나가고 있는 것입니다. Nvidia의 수익은 지난 5 년 동안 3 배 증가했습니다. 더 나아가, Amazon과 Google은 TSMC의 제조 기술과 ARM의 기술을 활용하여 인텔의 대안으로 자체 맞춤형 칩을 만들고 있습니다. TSMC는 최근 최첨단 기술인 새로운 3D 칩 설계를 위해 Google 및 AMD와 협력하고 있다고 발표했습니다.

 

초대형 글로벌 파운드리사로 성장한 TSMC

 

애플은 TSMC 성공의 원동력이었습니다. 고전적인 무어의 법칙에 집착하는 대신, 새로운 iPhone을 출시할때마다 새롭고 더 나은 제조 프로세스에 대한 Apple의 요구 사항으로 인해 TSMC는 덜 위험하면서도 점진적으로 제조 수준을 끌어올리는 단계를 차근 차근 실행하게 되었습니다.

 

이제 TSMC 진영에는 Apple, Google, Amazon, Nvidia, Xilinx 및 Qaulcomm 뿐만 아니라 Broadcom ( AVGO ), AMD ( AMD ), Sony ( SNE ), NXP ( NXPI ), Marvell ( MRVL ) 및 Analog Devices ( ADI )까지 포진하게 되었습니다. 한때 애플이 내민 손을 매몰차게 거절했던 인텔의 댓가 치고는 적군을 너무 많이 만들었다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Apple의 복수 : Apple-ARM-TSMC 연합

 

많은 사람들은 애플은 단지 매년 새로운 아이폰을 만들고 높은 가격을 받는데만 치중하는 회사로 여깁니다. 그러나 내부적으로 애플은 개인 컴퓨팅의 새로운 표준을 되찾기 위해 조용하지만 거대한 전략을 추구하고 있습니다. 애플은 "맞춤형 실리콘 설계"와 TSMC의 생산 능력, ARM의 경량 아키텍처를 통해 "윈텔"과의 경쟁을 넘어서 더욱 우수한 데스크톱과 노트북을 개발하고 판매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최신 맥북에 탑재된 애플의 ARM 기반 M1 칩이 바로 그 서막을 열었습니다. M1의 성능이 얼마나 뛰어난지에 대해선 자세히 다루지 않겠습니다만, 성능, 발열, 배터리 시간 등 모든 면에서 인텔 x86을 압도하고 남음이 여러 Benchmark 결과로 나오고 있습니다.

 

 

수십 년 동안 이어온 인텔이 주도한 컴퓨터 시장의 "슈퍼 사이클"이 이제 끝나가는 듯합니다. 데스크톱 및 노트북 시장을 다시 정복한다면 애플은 이미 가지고 있는 막강한 소프트웨어 에코 시스템을 완전히 활용하여 더 많은 혁신을 위한 발판을 마련할 수 있을 것입니다.